전체 글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그럼에도 불구하고(1)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8. 16:23
지금까지 독립출판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냥 한 줄 요약하자면 ‘돈도 안 되고 끝까지 해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No.1 목표로 삼고 독립출판에 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이건 넘기고, 끝까지 해내는 건 각자의 역량과 끈기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그냥 패스해도 될 것 같다. 그럼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독립출판을 하는지를 논해보자. 사실,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까. 그냥 ‘아 나도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이 단순한 생각이 한 번만 들면 그 때부터 시작이다. 전문용어(?)로 인셉션이 되면 그때부터는 멈출 수가 없다. 특히 주변인이 책을 내기라도 하면 나의 모세혈관도 들썩들썩할 것이다. 사실 그 길..
-
패스포트 - 전설의 특급 위스키신기한 것들 2020. 5. 5. 01:56
남자가 되는 술 '캡틴 큐 와는 비교 불허의 전설의 위스키 패스포트. 딤플과 윈저의 아버지 급이려나. 맛은 역시 한국인 저격향 스카치 블렌디드답다. 요즘돼서야 이 남조선에도 위스키 취향이 세분화돼서 버본이니 싱글몰트니 하며 즐기곤하 지만, 그 옛날 술 하면 맥주 소주 양주로만 구분되던 때 '양주' 카데고리를 대표하던 바로 그 맛이다. 여기 이모님이 강추하여 마지막 남은 분을 내가 다 마시게 됨. 생산연도는 97년 12월 5일.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이 거리를 지배하던 그 때. 오락실에서 폭주이오리의 괴성이 들리고 분노한 무서운 형들의 소리침도 함께하던 그 때. 쿄ㅡ이오리ㅡ치즈루 삼신기팀의 엔딩을 보며 부르르 감동하던 바로 그 때 만들어진 위스키를 먹다니... 기분이 묘하다. 빈티지의 매력이 요런 것인가...
-
월광호프 - 베토벤을 사랑했던 사장님이 계실까?신기한 것들 2020. 5. 4. 00:46
이름만으로도 발이 이끌리는 곳. 가끔은 저런 구닥다리 동네 호프를 가고 싶다. ...이랬는데 가게 사장님이 베토벤의 광팬이라 온갖 가게 장식이 다 베토벤 초상화에 악보집에다가 가끔씩은 가게 어딘가 있는지도 몰랐던 피아노 덮개를 열더니 두어번 틀리고 월광소나타를 완주해버린 통에 "사장님 대체 당신은..." "누구나 사연은 있는 법... 타건으로 절절함을 전했으니 내 오늘 쥐포값은 안 받겠수다." ....라고 하는 일은 없겠지... 아니면 이럴 수도 있다. "오늘 장사도 종친김에 내 이야기나 들어보겠나 젊은이?" (말없이 앞에 앉더니 소주를 따른다) "......." (아직 듣겠다고 안했는데요...)
-
바르게 사는 것에 관하여 - 돈까스냐 다이어트냐쓸모/없는 소리들 2020. 5. 3. 00:22
(2019.3월 작성 글) 겨우 운동 마지막 세트를 끝내고 씻고 컴퓨터에 앉으니 열 한 시.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내 시간은 커녕 시간조차 없다. 최근 남의 자식 크는 속도마냥 불어버린 몸무게에 놀라 절주, 절식을 시작한지 3주가 좀 넘었다. 그래봤자 약속이 없거나 참을만 하면 저녁을 샐러드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 술도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마시지 않고 마시더라도 소량만 마시기로 다짐해서 나름 잘 실천하고 있다.... 진짜일까? 지금까지 평일에 꼭 한 번은 무조건이고 주말 이틀은 대부분 과음해서 오전을 날리는 일이 허다했으니 말 다 했다. 이렇게 보면 대학 입학한 2006년 3월부터 지금까지 군대에 있던 기간 제외하고는 단 1주일도 술을 안 마신 적이 없는 것 같군... 쓰면서 계속 반성한다. 난 대체...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최고의 사서 고생(2)독립출판 이야기 2020. 4. 30. 02:24
4. 정말 만드는 걸 마음대로 만들어도 될까? : 안 팔리면 뭔 소용이냐 ‘만드는 건 마음대로지만 팔리는 건 아니란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내 마음대로 책을 편집하고 만들기 위해 독립출판이라는 ‘사서 고생’의 세계로 뛰어들었는데 내 마음대로만은 할 수 없다니? 사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A5 20페이지의 팜플렛을 만들어 ‘천지창조의 비밀, 인류의 탄생부터 신의 계시까지 모든 것을 밝힌 예지문!’ 이라 쓰고 2만 원으로 가격을 정해도 된다. 뭔 상관이냐…. 어차피 내가 내 돈 내서 만드는 건데? 하지만 책은 팔려야 가치가 생긴다. 지인이 “이 책 재밌어~ 읽어봐~” 하며 툭 주는 ‘공짜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경험이 있는가. 필자는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구매욕을 자극하는 책을..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최고의 사서 고생(1)독립출판 이야기 2020. 4. 28. 13:17
필자는 갓 첫 책을 낸 독립출판 새내기(?)이다. 작년 7월, 퇴사 당일부터 독립출판 워크숍에 참여하여 5주 간 수업을 듣고 몇 달 지지부진 엉금엉금 기어간 끝에 겨우 한 권을 냈다. 내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사서 고생’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고생을…? 혹여 독립출판을 꿈꾸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자. 물론 필자도 이제 시작인 단계인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1. 돈을 잘(?) 그리고 제대로(?)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돈 벌려고 독립출판을 시작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벌어도 버는 것 같지 않다. (물론 아직 제대로 벌지는 못했다) 독립서점은 작가에게 책을 ‘위탁’ 받아 고객에게 판매한다. 판매 후 작가에게 정산하는데 이게 보통 분기 혹..
-
추억놀음 - 은마상가 떡볶이를 둘러싼 기억들쓸모/없는 소리들 2020. 4. 27. 08:42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은마상가 떡볶이가 생각나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부르르 쪄 버리는 천형을 갖고 태어났기에 차로 슁- 갈 수는 없다. 그래서 강남역부터 걸어갔다. 이 남조선 땅엔 대체 봄이란 있긴 한 것인지...나름 후텁지근한 날씨인데다, 간지와 편의성이 제대로 등가 교환된 말가죽 자켓을 팔에 얹고 가려니 오늘 턱걸이는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 역삼동의 개나리 아파트니 뭐시기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이 동네가 이런 동네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만약 20년 전에 내가 이 아파트를 샀으면 나 지금 삶은 어땠을까 헤헤~ 따위의 망상도 몇 번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은마상가다. 아! 역시 그대로다. 이 만나분식. 이 분식집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24년 전..
-
발냄새쓸모/없는 소리들 2020. 4. 26. 23:32
회사생활은 발냄새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정신이 없어 없던 정신에 깨닫게 되지 아! 슬리퍼로 안 갈아신었네... 하지만 신발 속은 이미 온갖 미움과 혼돈, 고독 그리고 공포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나는 고민을 시작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그냥 용기있게 신발을 벗어버리고 슬리퍼를 신어버릴까? 이 미움과 증오도 찰나요 냄새는 그저 스치는 잠깐일 뿐! 하지만 어찌나 눈동자는 계속 굴러만 가던지 발은 기어코 신발을 떠나지를 못 해 난 이미 판도라의 후회를 비춰봤으니까. 온갖 귀납적 경험과 염려어린 배려는 밖에는 춥단다 안에 있는게 나아! 세상 다 안 듯 지혜로써 내게 말하네. 하아! 장탄식을 금치 못하니 그러므로 회사생활은 발냄새이다. 어느 기점만 지나면 몸이 무거워 나갈 수가 없다. 어느 순간 그래,..
-
몰아치는 스웩 - 보라매 공원의 어르신들 이야기쓸모/없는 소리들 2020. 4. 25. 02:59
Swag1 평화로운 보라매 공원의 어느 날. "아 거 요샌 진짜... 건강을 그대로 두기도 힘들어.. 무릎은 무릎대로고 성치가 않아 어이구" 70대 언저리는 되었을까. 때 탄 남색 모자(가운데에 Marine이라고 적혀있음)를 구겨 쓴 할배가 운동기구 옆 벤치에 앉아 허리를 두드린다. 주변엔 비슷한 연배의 할배들이 서넛 모여있고. 옆에 앉아있던 할배가 되묻는다. "근디 저어-번에 자전거 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탄거여 그건??" "어... 그 머시기... 뭐여 그기 있잖여. 아라뱃길인지 뭔지 정신 놓고 달리니까 90키로메타더라고.. 어이구" 그 때 였을까. Swag의 바람이 분 것은... 아라뱃길 할배 옆 다른 할배들의 미간엔 새로운 내 천(川)이 자리했음이 분명하다. 나도 턱걸이를 멈추고 귀를 기울인..
-
진정한 돈까스 맛집 - 신풍역 내사랑 돈까스맛있는 것들 2020. 4. 24. 09:40
이 감동이 날아가기 전에 급히 쓴다. 오늘 이 매운왕돈까스를 먹는데 빌리 조엘의 Honesty가 나오는 바람에 그래 어니스티-하게 매운왕돈까스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작년 요맘때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최소 다섯 번은 이 돈까스를 먹었다. 칼로리는... 글쎄다. 이 정도 비쥬얼이라면 칼로리를 계산할 시간에 푸쉬업 두 번이라도 더 하는 게 인생에 이로울 지경이다. 때문에 매운왕돈까스 섭취 계엄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고, 한 달 max2회, 웬만하면 1회로 제한한 덕에 몇 달 뒤 다시 평소 체중으로 돌아왔다... (살 찌는 체질이라 개고생이 필수다) 여튼 흠 잡을 데 없는 맛이다. 튀김옷이 두껍지도 얇지도 않고 튀김의 정도도 적당하다. 양도 상당하다. 내가 배고플 때 겨우 다 먹는 수준이다. (이번엔 다 먹..
-
홍대입구 식스티즈 - 60살까지 먹고 싶은 햄버거집맛있는 것들 2020. 4. 23. 12:32
물론 내 글을 조금이라도 읽었던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60살 이후에도 먹고 싶다는 뜻이다. 놀랐다. 이 가격에 이런 버거를 먹을 수 있다니. 기본인 치즈버거가 3천 원이고 패티 하나 더 얹는 데에 1,200원만 추가된다. 아니다. 가격부터 이야기하는 건 도리에 어긋난다. ‘햄버거’라는 음식의 순수한 정체성이 극대화된 맛이다. 조용필의 명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의 가사를 떠올려보자.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햄버거가 현세에 나타난 지 어언 수십 년이 지났고, 우리의 취향은 오리지널리티 대신 변형되고 믹스된 혼종 버거들에 점령당했다. (물론 오리지널리티만 짱이고 나머진 별로라고 깎는 게 절대 아니다) 사실 이 남조선에서는 빵과 야채와 치즈, 그리고 패티로만 구성된 잘 만..
-
야마구치 상... 당신은 어떤 남자였습니까. (빈티지 득템 후기)쓸모/가 분명 있는 것들(패션) 2020. 4. 23. 01:12
2만원에 물건 하나 건졌다. 빈프라임에서 얻은 빈티지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이하 더블 재킷) 최근 몇 년 간 빈티지 옷 시장의 초신성으로 떠오른 빈프라임... 특이하게도 강남에만(한강 이남) 매장이 있고 강북엔 없다. 강북에서는 전통의 강호 동묘 벼룩시장과 광장시장의 포스에 대적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아무튼 정확한 사유는 빈프라임 운영자만이 알 것이고 이곳의 남성복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 같다. 명품(주로 랑방, 아르마니, 버버리, 가끔 구찌, 디올 등)재킷은 6~10만원대, 일반 브랜드 재킷은 죄다 2만원이다. 그런데 골 때리는 점은 2만원이나 10만원이나 대부분 일본인이 입던 옷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겐 사이즈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이걸 어찌 알 수 있을까? 안감을 보면 된다. 안감에 이..
-
한서대역 <스페인 역사> 2회독 마침쓸모/있는 것들(공부 및 독서) 2020. 4. 21. 13:20
정말 오랜만에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성과를 이뤘기에(아마 요 몇년 중 처음 아닐까?) 셀프 자랑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드디어 서한대역 스페인 역사 2회독을 마쳤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책은 진작에 사놓고 까먹을 때쯤 한 두번씩 펼치다가 이러다간 나도 책도 레알 잉여가 되겠다 싶어 총 59과니까 하루에 두 과씩만 보자고 계획했다. 물론 술먹거나 너무 피곤해서 몇 번 거른적은 있는데 어쨌든 이정도면 실행대비 목표달성 120% 상회한다고 자평한다. 회사다닐 때 영업하면서 매달 이랬음 좋았을 텐데 후훗... 물론 이 책을 2회독 했다고 마스터한것도 아니고 최소 5회독은 해야 내용이나 단어가 겨우 기억날까 말까..이겠지. 게다가 아직은 회화며 작문이며 다 초보니까 따로 또 파야한다. 다만 시험을 위해서, 성공을 위..
-
안암의 쏘울 푸드 '나그네 파전'맛있는 것들 2020. 4. 20. 09:48
돌아온 전설의 나그네 파전. 사실 돌아온지는 7개월 정도 됐다고 한다. 대체 언제 여길 가야하나 하다가 드디어 방문. 고추튀김 맛은 여전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나왔다. 한창 때 가면 고추튀김은 최소 주문 후 20분 대기 각이다. 일단 슈퍼 업그레이디드 나파랄까. 안암역 나오자마자 1분도 안되는 하이퍼 역세권에 있고 화장실도 깔끔 그 자체. 제기동의 old-fashioned 나파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특히 화장실. 예전 나파 시절엔 신나게 먹다가 예기치 못한 불행의 파도가 배(腹)를 잠식하는 순간 바로 학생회관 화장실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던 추억?을 되새기면 거 참 신기한 일이다. 막걸리는 인생막걸리, 장수막걸리(korea ver.) 두 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
-
안암의 쏘울 푸드 '비야'맛있는 것들 2020. 4. 19. 13:18
오랜만에 만끽한 안암의 쏘울 푸드 '비야'. 맛있다. 나에겐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꾸준히, 균일하게 맛의 권능을 베푸는 바로 이곳 비야. 부대찌개로 이정도의 행복을 주다니... 맛집대법관이라도 계셨다면 이곳을 국가적 맛집으로 격상하라는 판결이라도 내렸을 정도다. (대법관이 그럴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말자) 대체 어떤 점 때문일까? 1. 단짠단짠의 조화 말 그대로다. 맛의 밸런스가 좋다. 엄청 짜거나 맵지 않다. 저녁 일곱시만 되면 얼굴 벌개진 형님들이 이마에 땀 닦아가며 먹는 부대찌개 같은 부대찌개는 아니다. 2. 풍부한 건더기 아주 많은 두꺼운 햄, 적당히 많은 짭짤한 직사각 햄(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국물에 감칠맛을 더하는 갈은 쇠고기, 라면사리와 햄을 반 이상 먹어치우면..
-
추억놀음 - 대학 썰(2) : 시험기간의 편린쓸모/없는 소리들 2020. 4. 19. 00:50
오랜만에 모교 근처 까페에 들어서니 근 10년 전의 기억이 영사기로 촤르륵 돌아간다. 이 익숙한 사람내음… 그립다고 하기엔 조금은 신물나는 애매한 땀내… 24시간 열람실의 그 향기 아닌가! 그렇다. 코로나로 열람실이 폐쇄된 탓에 갈 곳 없는 학생들이 모인 탓일까. 저마다 과제에 시험공부로 정신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슬며시 나는 미소짓는다. ‘훗훗… 자네들 말이야. 철학과였다면 발표도 과제도 없이 한 학기를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매우 안타깝구나!?’ 물론 철학과에도 함정이 있다. 한 학기동안 배운 내용을 기승전결 갖춰 한번에 다 쓰라는 정도의 너무나 예상 가능한 문제가 나오는 게 문제다. (물론 안 그런 과목도 많지만) 예를 들어 ‘중국선진철학’ 수업이라면 이런 식이다. ‘선진(先秦)시대..
-
처음 간 사주카페 'Boy사주카페, Boy는 무엇인가신기한 것들 2020. 4. 17. 15:50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여 남은 때라면 무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화방에서 죽칠 수도 없는 시간. 그렇다고 카페에 가자니 이미 카페인으로 얼룩덜룩해진 내 몸에 더 커피를 끼얹기도 그렇다. 그래서 방문한 이곳 'Boy사주카페' (부제:종로에서 25년간 운영한 전통의 카페) 대체 Boy는 무슨 의미란 말인가... 특이한? 간판만 보면 갈 수밖에 없는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고려해 Boy&Girl도 아니고, 지금까지 너무 남녀남녀 심지어 평등조차 남녀평등이니 Girl&Boy도 아니고... 대체 Boy사주카페는 뭘까 싶은 거다. 털이 숭숭 난 근육 마초 형님들이 라벤다 꽃을 귀에 꼽고 "호오... 당신도 우리 Boys에 들어올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
추억놀음 - 대학 썰(1) : 잔디밭과 FM쓸모/없는 소리들 2020. 4. 16. 09:48
드디어 진짜 봄인가. 삼삼오오 뛰노는 아이들 소리와 바로 옆 버스킹이 묘한 협연을 이룬다. 때마침 버스킹 곡도 벚꽃엔딩이다. 2012년의 벚꽃은 끝났지만 이 노래의 엔딩은 올 기미가 안 보인다. 내 자산도 이렇게 엔딩 없이 불어나면 좋으련만. 아, 또 심마(心魔)에 빠질 뻔 했다. 이러면 안되지 안돼. 여튼 학생들이 없는 3월 중광 잔디밭이라니. 진짜 별세계에 온 느낌이다. 지금쯤이면 아직은 어색한 새내기 동기들이랑 괜스레 친한 척도 하고 지성(知性)은 기본에 포효하는 야성까지 갖췄음을 증명하려고 애들 쓸 때 아닌가. 낮술 먹고 진탕 취하기, 조금 더 신박한 FM을 해보려고 고민하다가 삐끗한다든가... (물론 고민하는 티를 내진 않는다) 이런 학생들의 Needs가 강렬하기에 각종 배달집 오토바이들의 행렬..
-
책 대여점 - 추억은 이토록 예고없이 찾아들고신기한 것들 2020. 4. 15. 09:13
평소 잘 놀라지 않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조금 놀랐다. 후암동 언저리 이곳에 동네 책 대여점이 지금도 있을 줄은…! 요새는 거의 만화방으로 바뀌어 시간당 요금을 받는다. 사실 바뀌었다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업장이 커야 만화방으로 운영할 수 있다. 원래 엄청 큰 책 대여점이 만화방으로 바뀌었든가 만화방은 그냥 만화방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곳은 무엇인가... 딱 저만큼만 타임슬립 된 느낌이다. 갤럭시 10과 최신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스트리트 파이터2(1991년)가 현역으로 가동되는 셈 아닐까? (물론 노량진 정인오락실이 아직 스파2를 운영 중이긴 하다) 덕분에 추억 놀음을 안 할 수가 없군... 책 대여점은 IMF 무렵 최대 호황이었지만 나의 첫 대여점은 1995년 오픈한 은마상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