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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돈까스 맛집 - 신풍역 내사랑 돈까스맛있는 것들 2020. 4. 24. 09:40
매운 왕돈까스. 난 언제나 이것만 먹는다... 이 감동이 날아가기 전에 급히 쓴다.
오늘 이 매운왕돈까스를 먹는데 빌리 조엘의 Honesty가 나오는 바람에 그래 어니스티-하게 매운왕돈까스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작년 요맘때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최소 다섯 번은 이 돈까스를 먹었다. 칼로리는... 글쎄다. 이 정도 비쥬얼이라면 칼로리를 계산할 시간에 푸쉬업 두 번이라도 더 하는 게 인생에 이로울 지경이다. 때문에 매운왕돈까스 섭취 계엄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고, 한 달 max2회, 웬만하면 1회로 제한한 덕에 몇 달 뒤 다시 평소 체중으로 돌아왔다... (살 찌는 체질이라
개고생이 필수다)
여튼 흠 잡을 데 없는 맛이다. 튀김옷이 두껍지도 얇지도 않고 튀김의 정도도 적당하다. 양도 상당하다. 내가 배고플 때 겨우 다 먹는 수준이다. (이번엔 다 먹음) (매운 양념치킨 정도로 매콤하다고 보면 된다)
어니스티하게 말하자면, 난 굉장히 먹는걸 좋아한다. 까다롭지 않은 미각에 좋은 식성까지 갖춘 나는 거의 1등 신랑감이 아닐까? 하며 고개 끄덕대다가 이내 나의 현실을 깨닫곤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르단 것도 알게 된다.
이렇게 나이브한 내 미각이지만, 어떤...어떤...맛이 있다 -> 덜 맛있다 -> 맛있다 -> 더 맛있다 -> 넘 맛있다 정도의 구분은 가능한데, 이 매운왕돈까스는 아주 균일하게 넘 맛있다 Level의 초입에서 오랜 시간(약 2년 정도 됨) 내게 행복을 주고 있다.
건강을 신경쓰는 나는, 기특하게도 야채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됐는데, 당연히 야채도 매번 리필이다. 무조건 리필을 하다 보니 사장님이 이제는 나를 보시면 처음부터 야채를 새 접시에 더 담아 주신다. 야채의 선도도 좋고 아삭한 식감이 그냥... 매운왕돈까스의 튀김이 불가피하게 만드는 느끼함까지 잡아준다.
김치도 꽤나 준수. 김치는 분명 특이한 김치가 아니다. 하지만 맛과 선도가 언제나 균일한데, 특히 이 집 김치는 돈까스에 가장 잘 맞는다고 확신한다. 돈까스에 마늘 많이 들어간 명동교자식 김치나, 갓김치 열무김치는 궁합이 별로다. 살짝 새콤한 듯 시원한 김치와 앞서 말한 야채 덕에 살 찐다는 죄의식도 어느정도 줄어들고 느끼함도 잡히니 그야말로 .... (바로 '그' 사자성어를 쓰려다가 너무 아재st.임을 깨닫고 공란으로 비운다)
얼마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최근 잠깐 나가 살던 곳에서 다시 원래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친구와 열심히 이삿짐을 나르다 보니 동네에 도착한 것은 20:50... 왕돈까스 라스트 오더는 21:00... 나름 사회생활도 해 봤으니 센스 있게 20:30 즈음 매장에 전화를 했지. 제가 21시 살짝 넘어 가는데 매운왕돈까스 꼭 먹어야합니다! 라고 하려는데 계속 안 받으셔서 그냥 가봤더니 이미 매장 마감했다는 것.
아! 그 땐 좀 화가 났다. 입구에 딱- 하니 붙여놓은 라스트 오더 안내엔 분명 21:00라고 돼 있는데 손님이 없다고 일찍 마감하는 것은... 손님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 아닌가! 아니,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탄력마감이라고 쓰든가... 이토록 모든 약속은 저마다의 빛을 잃고 퇴락한 시대가 됐단 말인가...! 아니, 이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강요인가. 라스트 오더 시간도 제한하는 것일 수도...
이런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사장님한테 이 얘기를 할 까 하다 참았는데 오늘 가서 먹으니 그 때 감정이 싹 달아난다. 옆에 갓 고등학생일까 싶은 여자아이들 여럿이 막 웃고 신나도 들리지도 않았다. 정확한 포크질, 군더더기 없는 칼질, 소스에 튀김이 다 눅기 전에 빠르게 먹어야 하는 당위성, 감탄하면서 먹다가 튀김이 눅눅해지면 안 된다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 이 모든 것의 오케스트라는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
다 먹고 보니까 먹는 데 10분밖에 안 걸렸다. 그러고 쿨하게 인사하고 나감. 난 맛있고 매장은 회전율 빨라서 좋고. 윈윈인가.
근데 돈까스 맛의 분석과 평가는 없고 찬양만 가득하군... 맛집 리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만. 지금까지 뭘 썼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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