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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암의 쏘울 푸드 '나그네 파전'
    맛있는 것들 2020. 4. 20. 09:48

    고추튀김의 영롱한 자태 앞에서. -군침의 해일은 얼만큼 나의 이성을 몰락시킬 것인가-

     

    돌아온 전설의 나그네 파전. 사실 돌아온지는 7개월 정도 됐다고 한다. 대체 언제 여길 가야하나 하다가 드디어 방문. 고추튀김 맛은 여전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나왔다. 한창 때 가면 고추튀김은 최소 주문 후 20분 대기 각이다.

     


    일단 슈퍼 업그레이디드 나파랄까. 안암역 나오자마자 1분도 안되는 하이퍼 역세권에 있고 화장실도 깔끔 그 자체. 제기동의 old-fashioned 나파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특히 화장실. 예전 나파 시절엔 신나게 먹다가 예기치 못한 불행의 파도가 배(腹)를 잠식하는 순간 바로 학생회관 화장실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던 추억?을 되새기면 거 참 신기한 일이다.

     

    내장 및 화장실까지 일신. 예전의 빈티지함도 그립지만 어쨌든 확실한 업그레이드 맞다.

     


    막걸리는 인생막걸리, 장수막걸리(korea ver.) 두 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초록색 병 장수막걸리는 수입산이고 국내산 장수막걸리가 따로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막걸리에는 조예가 굉장히 없으므로 수입산과 국내산의 맛

    차이를 알 수는 없지만 맛있다. (고추튀김과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안주 나오기도 전에 깍두기는 두 접시 각이다

     


    그리고 김치해물파전이 신설됐다. 시그내쳐인 그냥 '해물파전' 보다 천 원 비싼 14,000원. 물론 한창 나파를 자주 가던 7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설됐단 말이다. 그 때 걸신들리듯 막판에 먹어치우던 '참치무침'은 사라졌다. 왕동그랑땡보다 참치를 좋아했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깍두기 맛이 변치 않아 네 번 리필해서 먹었다. 굳굳

     


    아니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올랐는데? 해서 생각해보니 2006년에 해물파전이 7천원, 고추튀김이 8천원, 참치무침이 5천원이었다. 14년의 격차를 개무시하고 숫자만 눈에 들어오다니... 세상은 이렇게 시간에 발맞춰 잘 변하는데 인간인 나는 아직도 과거에만 매여있나 생각도 든다. (참고가 안 되겠지만 참고로 그 땐 골뱅이무침도 없었다)

     

     

    실물에 비해 조금 더 탄 것처럼 나왔지만 먹기 적당한 바삭함이 좋다.


    나파를 일상적으로 가던 때는 2007년이었다. 장위동 유성집 꼭대기의 고시원에서 거주하던 '코브라'라는 친구가 있었다. (훗날 슈퍼코브라로 승격됨)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할 얘기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친구와 둘이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파전->고추튀김->참치무침에 각자 막걸리 두 병을 해치웠다. 어떻게 그리 많이 먹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게 바로 대학생이지!' 같은 치기어린 호승심이 근성 에너지를 만든 덕분 아닐까.

     

     

    먹다보니 슬슬슬 학생들이 자리를 채운다. 역시 나파 답게 매우 조용했으므로(나파는 전통적으로 bgm이 없다) 의도치않게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별 얘기는 없다. 그냥 몇 년 전 내가 하던 이야기랑 똑같다. "허허 이 친구들 작은거에 괘념치 말고 즐겁게 현실을 보내보게" 하고 술값을 내주는 Cool한 선배가 되는 나를 그려보았지만 이미 석 자를 넘어가는 내 코가 바로 반려했기에 비루한 옛 사람은 조용히 자리를 뜰 뿐이다.

     

     

    글의 마지막엔 역시 여운을 남기는 파전의 근접샷

     


    그래도 살짝은 학생회관 맞은편 앞 골목 귀퉁이의 나그네파전이 그립구나.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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