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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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포트 - 전설의 특급 위스키신기한 것들 2020. 5. 5. 01:56
남자가 되는 술 '캡틴 큐 와는 비교 불허의 전설의 위스키 패스포트. 딤플과 윈저의 아버지 급이려나. 맛은 역시 한국인 저격향 스카치 블렌디드답다. 요즘돼서야 이 남조선에도 위스키 취향이 세분화돼서 버본이니 싱글몰트니 하며 즐기곤하 지만, 그 옛날 술 하면 맥주 소주 양주로만 구분되던 때 '양주' 카데고리를 대표하던 바로 그 맛이다. 여기 이모님이 강추하여 마지막 남은 분을 내가 다 마시게 됨. 생산연도는 97년 12월 5일.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이 거리를 지배하던 그 때. 오락실에서 폭주이오리의 괴성이 들리고 분노한 무서운 형들의 소리침도 함께하던 그 때. 쿄ㅡ이오리ㅡ치즈루 삼신기팀의 엔딩을 보며 부르르 감동하던 바로 그 때 만들어진 위스키를 먹다니... 기분이 묘하다. 빈티지의 매력이 요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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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호프 - 베토벤을 사랑했던 사장님이 계실까?신기한 것들 2020. 5. 4. 00:46
이름만으로도 발이 이끌리는 곳. 가끔은 저런 구닥다리 동네 호프를 가고 싶다. ...이랬는데 가게 사장님이 베토벤의 광팬이라 온갖 가게 장식이 다 베토벤 초상화에 악보집에다가 가끔씩은 가게 어딘가 있는지도 몰랐던 피아노 덮개를 열더니 두어번 틀리고 월광소나타를 완주해버린 통에 "사장님 대체 당신은..." "누구나 사연은 있는 법... 타건으로 절절함을 전했으니 내 오늘 쥐포값은 안 받겠수다." ....라고 하는 일은 없겠지... 아니면 이럴 수도 있다. "오늘 장사도 종친김에 내 이야기나 들어보겠나 젊은이?" (말없이 앞에 앉더니 소주를 따른다) "......." (아직 듣겠다고 안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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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간 사주카페 'Boy사주카페, Boy는 무엇인가신기한 것들 2020. 4. 17. 15:50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여 남은 때라면 무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화방에서 죽칠 수도 없는 시간. 그렇다고 카페에 가자니 이미 카페인으로 얼룩덜룩해진 내 몸에 더 커피를 끼얹기도 그렇다. 그래서 방문한 이곳 'Boy사주카페' (부제:종로에서 25년간 운영한 전통의 카페) 대체 Boy는 무슨 의미란 말인가... 특이한? 간판만 보면 갈 수밖에 없는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고려해 Boy&Girl도 아니고, 지금까지 너무 남녀남녀 심지어 평등조차 남녀평등이니 Girl&Boy도 아니고... 대체 Boy사주카페는 뭘까 싶은 거다. 털이 숭숭 난 근육 마초 형님들이 라벤다 꽃을 귀에 꼽고 "호오... 당신도 우리 Boys에 들어올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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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여점 - 추억은 이토록 예고없이 찾아들고신기한 것들 2020. 4. 15. 09:13
평소 잘 놀라지 않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조금 놀랐다. 후암동 언저리 이곳에 동네 책 대여점이 지금도 있을 줄은…! 요새는 거의 만화방으로 바뀌어 시간당 요금을 받는다. 사실 바뀌었다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업장이 커야 만화방으로 운영할 수 있다. 원래 엄청 큰 책 대여점이 만화방으로 바뀌었든가 만화방은 그냥 만화방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곳은 무엇인가... 딱 저만큼만 타임슬립 된 느낌이다. 갤럭시 10과 최신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스트리트 파이터2(1991년)가 현역으로 가동되는 셈 아닐까? (물론 노량진 정인오락실이 아직 스파2를 운영 중이긴 하다) 덕분에 추억 놀음을 안 할 수가 없군... 책 대여점은 IMF 무렵 최대 호황이었지만 나의 첫 대여점은 1995년 오픈한 은마상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