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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간 사주카페 'Boy사주카페, Boy는 무엇인가
    신기한 것들 2020. 4. 17. 15:50

    문제는 글씨를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A/S가 있으니 오-케이 라굿!?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여 남은 때라면 무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화방에서 죽칠 수도 없는 시간. 그렇다고 카페에 가자니 이미 카페인으로 얼룩덜룩해진 내 몸에 더 커피를 끼얹기도 그렇다.

     


    그래서 방문한 이곳 'Boy사주카페' (부제:종로에서 25년간 운영한 전통의 카페) 대체 Boy는 무슨 의미란 말인가... 특이한? 간판만 보면 갈 수밖에 없는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고려해 Boy&Girl도 아니고, 지금까지 너무 남녀남녀 심지어 평등조차 남녀평등이니 Girl&Boy도 아니고... 대체 Boy사주카페는 뭘까 싶은 거다. 털이 숭숭 난 근육 마초 형님들이 라벤다 꽃을 귀에 꼽고 "호오... 당신도 우리 Boys에 들어올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테스트를 해보지요 훗훗" 이려나. 그렇다고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물론 저런 생각 안하고 그냥 들어갔다. 콜라 한 잔 시켜놓고 인생사주(3만원)를 보겠다 하니 나이 살짝 지긋하신 사장님이 상담을 시작하신다.

     


    빛 바랜 낡은 사주책 곁의 문화캠퍼스 볼펜(모나미153의 유사품이다)이 얼마간 사장님의 손가락에서 춤을 추자니 다음과 같이 사주가 나온다.

     


    오행 : 골고루 있음
    정인_편인_정재_정관_상관

     


    관을 해치는(傷) 격이기에 조직생활, 공무원은 안 맞고 호기심이 많은 편, 특별한 병 없이 장수할 사주란다. 다만 큰 돈은 못 벌지만 잃지도 않고 58세 이후로 대운이 시작되기 때문에 노년이 행복한 사주. 다만 사주가 약하기? 때문에 사주가 강한 사람을 곁에 두는 게 좋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한탕쳐서 큰 돈을 못 벌다니... 돈으로 세상을 쥐락펴락 착한 자와 약자를 밟고 바벨탑의 끝까지 올라가려는 나의 꿈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허나 운명을 거스르는 것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법이니 난 쉬지않고 저 하늘 끝까지 올라가련다...!

     


    는 그냥 중2병st.로 해본 말이고 사주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신, 역사, 사명감과도 안녕한지 오래. 이젠 원자화된 개인들만 남아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됐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삶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왜 이렇게 대충 사냐는 븅신 취급도 이제는 남이 아니라 내 스스로 하는 자기 검열의 시대. 그렇다면 사주며 점괘, 타로의 신빙성도 올라가지 않을까. 그 신빙성을 따지는 것도 남이 아닌 기댈 곳이 필요한 나이기 때문이다.



    믿는 것도 안 믿는 것도 오롯이 나에게 달렸단 걸 말만 바꿔서 얘기한 셈이군... 어쨌든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간단 말인가... 나부터가 문제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본론이 있었다니?) Boy사주카페에 관해 쓴다.

     

    -Boy사주카페의 탄생-

    "사장님 그런데... 왜 Boy 사주카페인가요?"

    "아 그거요... 원래 Boy카페였는데 인수하고 상호 변경하기 귀찮아서 그냥 Boy사주카페라고 한 거에요."

    "...!?"

     

    -Boy사주카페의 애프터-서비스-

    "이 상담지를 가져오시면 1년 안에 한 번 더 무료로 봐드립니다."

    그런데 이 종이로는 무슨 말이 쓰여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전산화해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상담내역을 기록, 1년 안에 리마인드로 문자도 보내고 궁합이 맞는 짝을 연결시키는 서비스도 하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봤자 뇌내 망상일 것이다. 어쨌든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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