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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최고의 사서 고생(1)
    독립출판 이야기 2020. 4. 28. 13:17

    한 독립 책방의 전경. 기성 출판물과 독립물이 가득하다 (gaga77page)

     

     

    필자는 갓 첫 책을 낸 독립출판 새내기(?)이다. 작년 7월, 퇴사 당일부터 독립출판 워크숍에 참여하여 5주 간 수업을 듣고 몇 달 지지부진 엉금엉금 기어간 끝에 겨우 한 권을 냈다. 내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사서 고생’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고생을…? 혹여 독립출판을 꿈꾸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자. 물론 필자도 이제 시작인 단계인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1. 돈을 잘(?) 그리고 제대로(?)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돈 벌려고 독립출판을 시작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벌어도 버는 것 같지 않다. (물론 아직 제대로 벌지는 못했다) 독립서점은 작가에게 책을 ‘위탁’ 받아 고객에게 판매한다. 판매 후 작가에게 정산하는데 이게 보통 분기 혹은 반기에 한 번이다. 즉 책이 팔려도 돈이 늦게 들어오니까 버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독립출판 용도 계좌를 따로 만들었다. 내가 얼마나 수입을 얻었는지 감이라도 와야 의욕이 생길 것 아닌가…

     

     - 그나마 해법은?

     

    명성을 얻으면 된다. ‘존버’(존나 버틴다)하며 꾸준히 책을 낸다. 물론 양질의 책을 내야겠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 작가로서 나름 인지도가 쌓이면 서점에도 책을 입고시키되 본인의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해서 직접 판매하면 될 것 같다. 스마트 스토어는 정산이 빠르니까! 아니면 본인만의 독립몰을 만들어도 되는데 작가 여럿이 모이지 않고서야 독립몰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해봐야 안다.

     

     

     

    2. 만드는 건 마음대로지만 팔리는 건 아니란다?

     

    뼈 때리는 이야기다. 이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지. 기껏 몇 달간 괴롭게(?) 책을 만들어 겨우 입고까지 시켰는데 안 팔리면 뭔 소용인가. 팔리기 전에, 입고부터 문제다. 서점들도 사정이 다 있겠지만 입고 문의에 몇 주간 답이 없거나 입고 거절(반려)을 받을 땐 가슴이 아프다. ‘내가 책을 그렇게 못 썼나?’ ‘내 책이 너무 트렌드에 맞지 않나?’ ‘글이 너무 별론가?’ 별 생각이 다 든다.

     

    게다가 다른 작가들은 재입고를 쑥쑥 하고 모든 서점들이 두 팔 벌려 와아아- 환영하는 것 같은데 나만 잠잠~한 느낌이면 그것 또한 큰일이다. 무엇보다도 요새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죽은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런 봄날에 마켓이니 뭐니 여러 행사로 붐을 일으키고 서점에 내방객도 많아야 한 권이라도 더 팔릴 텐데. 물론 잘 팔리는 책은 언제나 잘 팔리고 클라스는 영원한 법이지만…

     

     

     

    3. 외로운 ‘존버’의 시간 : 글쓰기부터 입고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이제 책을 입고시킨지 겨우 3주가 지난 필자가 할 말은 아닌가 싶지만 글을 쓰고 편집하고 인쇄까지 모든 과정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글을 쓰는 게 가장 힘들다. 워크숍 시작 전 까지만 해도 ‘내가 썼던 단상들 모아서 내야지~’ 이런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나의 하찮은 단상 모음을 대체 누가 사겠냐는 말이다. 적어도 그 단상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제목으로 만들고, 하위 카테고리를 대분류로 넣어서 어떤 통일성을 부여해야 그나마 ‘책 같이’ 보일 것이다.

     

    이 생각 덕에 글을 처음부터 쓰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덕분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완성도의 책이 나왔다. 나름 첫 책 치고는 기승전결이나 짜임새가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즉 누구에게 보여줘도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는 이야기를 들을 자신이 있다)

     

    문제는 한 책을 이렇게 오래 걸려 만들면 안 된다는 것. 필자는 글만 4개월 쓰고 원고를 기성 출판사에 내보려고 제안서 쓰니 뭐 하니 여러가지로 시간을 좀 더 썼다. 이렇게 한 책에 너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이면 다음 책을 만들 엄두가 안 난다. 앞서 말했듯이 이거로 밥이라도 먹고 뭐라도 하려면 롱런해야 하는데 롱런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퀄리티의 책을 주기적으로 내줘야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이런 고민을 나 혼자서 해야 한다. (물론 혼자 하니까 내 맘대로라 제일 좋은 측면도 있지만)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친구라도 있다면 서로의 작업을 피드백하고 응원이라도 하겠지만 그런 친구는 당연히 없다. 필자는 특히 남자라 더 없는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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