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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시작(8) : 책을 만들기 위한 인터뷰 여정_②
    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28. 01:32

    역시 책 본문 중. '미국 옛 패션을 재해석한 브랜드 '어나더월드'의 대표 '김동률' 인터뷰 부분. 즉 같이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다

     

     

    어쨌든 인터뷰는 인터뷰대로 잘 풀고 인터뷰를 제대로 요약, 분석해서 인터뷰이들 간에 겹치는 부분과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잘 매칭시켜서 또 다른 재미난 포인트를 만들어야지! 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생각보다 금방 진도가 막히고 말았다. 튜터님이 인터뷰집에 관해 말씀하신 게 있다. 본인도 예전에 무속인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인터뷰집은 다시는 안 만드리라 결심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도 인터뷰집을 만든 내가 문제긴 하다) 일단 인터뷰는 내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라서 아무리 열심히 잘 듣고 메모하고 정리하고 녹음해도 나중에 그것을 풀어내고 정리해서 일관성 있는 내 결과물의 부분으로 삼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기도 어렵지만 힘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왜일까?

     

     

    말과 글은 다르니까. 어쨌든 인터뷰이는 정해진 질문에 답을 하는 중이라도 의식의 흐름대로 조금 비껴 난 답을 하곤 한다.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내가 의도한 답이 다른 질문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충 한 시간 인터뷰하면 얻을 건 다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에 대한 답을 디스크 조각모음 하듯이 여기저기서 찾아 붙이느라 시간이 꽤 걸린다. 상황이 이런데 내가 상대를 잘 모르거나 상대의 구술 능력이나 질문 이해도가 당초 내 예상보다 떨어지면 정말 난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문제가 있다. 인터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인터뷰하고 내가 생각하는 스웩을 분석하고 스웨거들의 스웩 포인트도 나름 분석할 생각이었으니 그에 맞춰서 인터뷰 내용도 흐름을 맞춰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인터뷰 풀기가 정말 싫은 것이었다. (인터뷰 녹음본과 인터뷰 메모한 것을 계속 비교 대조하며 원고를 만들고 있었다) ! 이걸 언제 다하나!! 생각보다 힘을 너무 준 느낌이었다. 힘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쩌다 이리 됐는지 모르겠다. 물론 집중에서 힘 빡 주면 그래도 할 수 있는 분량인데 질려서 손 놓으니 또 멀어지고이런 게 반복되며 당초 계획보다 완성이 늦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이 글을 쓰며 깨달은 바가 있다. 인터뷰집이 힘든 부분은 있지만 어쨌든 결과물이 좋든 안 좋든 내 덕이고 내 탓이라는 것이다. 만들기 귀찮은 만큼 잘만 하면 다른 사람의 에너지(혹은 시너지)를 받아 예상치 못한 학습 효과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내 경우처럼, 게으름에 빠지면 한없이 작업 속도가 더딜 것이다. 물론 매일 인터뷰를 밥 먹듯이 하는 직업 기자들은 훨씬 낫겠지만.

     

     

    아무튼 어나더월드 대표 김동률을 인터뷰하며 친해진(?) 덕에 그의 작업실에서 진탕 마실 수 있었다. 일부러 그가 추구하는 패션 세계(세계 2차 대전 전후의 미국 패션)와 어울리는 술을 가져갔다. 즉 버번위스키(아메리칸 위스키) 중 가장 대중적인 <짐빔><와일드 터키>였다. 나는 특히 술 중에서도 버번을 좋아하는데, 버번 특유의 탄내 나는 향과 올디한 느낌에 출처 모를 이끌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되기 전 시대 미국 서부의 어느 도시, 골목 어스름한 바에 들어서서 초로의 바텐더에게 눈짓으로 인사하면 그가 잔을 닦다 말고 내가 매번 마시는 <짐빔>을 말없이 따라주는 그런 친숙한 느낌이다. 왜 친숙한가? 글쎄, 이걸 설명하기가 어렵다. 살아본 적도 없는 시대와 장소에 애착을 느끼는 것. 아마 김동률과 비슷하기에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인터뷰는 마음으로만 느끼던 상대와의 동질성을 비로소 문장화 할 수 있던 단초였던 것이다.

     

     

    #스웩탐구보고의건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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