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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시작(6) : ‘스웩(Swag)’을 주제로 한 인터뷰집을 만들기로 결심하다
    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25. 01:41

     

    해방촌(용산동)에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 내부 전경 (출처 : 서점 인스타)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자. 예전 포스팅을 주의 깊게 읽으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터. 막연하게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글을 쓰는 것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쓰는 게 좋다는 조언을 튜터님에게 받았었다. 그 뒤로 수업 2회차가 끝났는데도 글의 진도는커녕 주제도 잡지 못했다. 대체 뭘 써야 하지? 물음표만 가득해졌다.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도 좋기는 한데, 일단 수강료가 아깝기도 하지만 한 번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고 수업을 들었는데 도중에 포기해 버리면 다시는 책을 낼 수 없다는 첫 수업 때 튜터님의 말이 이명처럼 울리는 것이다. (이걸 노린 거라면 정말 무서운 사람인 게 확실하다) 이제 와 이야기하지만 퇴사까지 해놓고 이 독립출판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편히 쉰 적이 없다.

     

     

    그래. 맞다. 나 퇴사했지. 왜 했더라? 그 안정적이고 좋다는 직장을 왜 퇴사했지? 좋다는 것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좋음’이고, 내가 생각하는 ‘좋음’이란 무엇일까?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했나? G.O.D의 ‘길’ 가사를 보면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난 웃을 수 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생각을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 (여기서 대충 나의 연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나름대로 멋지게 살고 싶어서 회사를 나왔다. 그렇다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야, 그 멋짐이 대체 뭐냐? 네가 말하는 멋진 삶이란 게 뭐야? ‘멋’이란 게 의미가 많은데 너무 애매하지 않아?”

     

     

    오! 전율이 인다. 그래, 이 주제로 글을 써야지! 자욱한 안개가 한 번에 걷히는 기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을 써야지. 멋진 삶이란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러려면 ‘멋’부터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멋 부림 교과서’ ‘멋 매뉴얼’ 등의 책 제목을 생각했으나… 도저히 ‘멋’의 라임이 찰싹 붙지가 않는다. 게다가 지금도 유명하지만 10년 전 남자 보세 쇼핑몰을 제패했던 ‘Mutna*’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 말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나름 제목이 중요한데… 이렇게 또 며칠을 고민하다가 ‘스웩’(Swag)을 끌어왔다. 이슈가 된 지는 몇 년 지나긴 했지만 제목으로 정하기에 이만큼 좋은 단어도 없다고 생각했다. 독립출판 세계에서는 생소할 단어라 신선할 테고.

     

     

    나는 ‘멋’, 즉 ‘스웩’을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대담한 자기 확신으로 만든 스타일과 매너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간다’라고 책 본문에서 정의했다. 결국 ‘멋쟁이’(스웨거)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름 사전 검색과 추론을 거친 결과다) 그런데 나름의 정의는 내릴 수 있다 해도 “멋진 삶이란 이렇게 저렇게 사는 것이다!”라고 나 혼자만의 생각을 주절주절 이야기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엄청나게 성공하고 오래 산 유명인사도 아니지 않나. 설령 그렇다 한들 독자를 가르치는 글은 정말 읽기도 싫고 쓰기도 싫다. (그냥 개인적인 취향인데, ‘당신’이 많이 나오는 글은 피하는 편이다)

     

     

    그런 맥락으로 나는 ‘스웩 탐구자’로서 내 주변의 스웨거를 찾아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뷰집이야 사실 도처에 널리고 널렸다. 당장 잡지만 봐도 인터뷰가 많다. 다만 인터뷰의 인터뷰이들은 유명인사다. 그런데 스웨거는 꼭 유명인사여야만 하나? 그럴 필요는 없다. 내 주변의 가족, 친구, 옆집 아저씨, 형, 언니, 동생, 누구… 가만 들여다보면 스웨거는 우리 주변에도 많다. 대담한 자기 확신을 갖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사람들…! (보통은 사서 고생하는 유형들이다) 다행히(?) 내 주변엔 그런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주변 스웨거의 인터뷰를 넣어 나의 ‘멋’, ‘스웩’의 정의에 무게도 실어주고, 독자도 다양한 인터뷰이(6명)가 나오니 더 흥미로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은 이제 마쳤으니 어서 인터뷰 날짜부터 잡는 게 급선무다!

     

     

     

    완성된 책의 목차. 재미있는 인터뷰이가 있을 수도...

     

    #스웩탐구보고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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