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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독립출판을? – 시작(7) : 책을 만들기 위한 인터뷰 여정_①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27. 01:32
‘멋쟁이’(스웨거)란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대담한 자기 확신으로 만든 스타일과 매너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책 본문에서 정의했고 앞선 포스팅에서 이를 소개했다. 일단 역사 속의 대표적 사례를 꼽으니 윈저 공(잠깐 영국의 왕이었으나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리고 공작이 되었다. 현대 남성 복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이 있었고 이를 소개하며 서론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인터뷰이가 되어줄 ‘스웨거’를 찾아야 한다. 대담한 자기 확신으로 만든 스타일과 매너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니 웬만해서 ‘사서 고생할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역시나 추려보니 딱 그랬다.
현직 미래통합당 당직자(당의 직원), 미국 빈티지 패션(세계 2차 대전 전후 유행하던 복식)을 재해석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젊은 대표, 한국사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워킹 홀리데이로 바짝 돈을 벌어 본인의 가게를 오픈한 친구, 회사를 다니면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 이제는 기성 출판까지 손을 뻗친 친구,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르(블루스)의 음악을 평생 탐구하시는 나의 기타 선생님까지…
이렇게 글감(?)이 많다니 놀라웠다. 좋은 친구들을 글감이라고 하다니 조금 어감이 그렇지만 좋은 글쟁이, 훌륭한 작가는 일상의 모든 것으로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더니 참말로 맞는 말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잠깐 스쳐가는 일상의 먼지 한 톨 작은 점일 뿐이라도 좋은 글쟁이에겐 그것이 훌륭한 글감일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바꿔 말하면 그런 먼지 한 톨도 큰 의미로 볼 수 있는 눈을 갖춰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려면 역시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쓰려면 많이 쓸 상황이 생겨야 한다…! 역시 또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므로 패스하자. (이런 식이면 스웨거가 되기 위해 스웩을 갖춰야 하는 것 같다 ㅎㅎ)
아무튼 인터뷰이들의 반응은 굉장히 반가워하면서도(?) 놀라워하기도 하고 갸우뚱하면서도 신기해하는 눈치다. 일단 친구이자 지인을 ‘인터뷰’하는 것도 생경한데 책을 내기 위함이라니. 그래도 흔쾌히 수락해줘서 참 다행이다. 이 얼마나 ‘대담한 자기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스타일과 매너를 갖춘’ 사람들이란 말인가! 탄핵을 겪으며 나의 또래 언저리(2~30대, 혹은 40대 초)에서 거진 절대악으로 여겨지는 ‘미래통합당’에서 당직자로 일하는 인터뷰이 친구는 어떤 생각으로 그 길을 가게 되었나. (물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책이 아닙니다ㅎㅎ) 누가 칭찬해주지도 않는 길을. 심지어 대학 때 주류는 진보 운동권이었고 이 친구의 전공은 사회학과였다. 지금 그가 걷는 길과는 참 관련 없다.
빈티지 패션 대표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 친구에게 구매했던 1940’s 말가죽 스포츠 재킷(Horsehide sports jacket)은 철저하게 ‘그 당시’의 제작 기법을 고집해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부속품까지 ‘그 당시’부터 있던 회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그 역시 대학 전공은 지금의 길과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럼 대체 어쩌다? 다른 인터뷰이들도 조금씩 결은 다르지만 마찬가지다. 다들 자신만의 대담한 확신이 있다. 지금은 인터뷰를 마쳤고 책을 만들었으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미 그전에 알고 있으니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인터뷰에 거창한 장비는 필요 없었다. 핸드폰 기본 녹음 어플과 달랑 노트북이 전부였다. 미리 필수 질문을 준비했고 인터뷰이들 각각에 맞춰 개별질문을 따로 만들었다. 인터뷰이들의 말을 거의 동시에 메모장(윈도)에다 그대로 받아쳤다. 이것과 녹음본을 비교 대조하며 계속 원고를 만들어갔다. 나중에는 하도 듣고 쓰다 보니 인터뷰이의 생각을 인터뷰이 본인보다 내가 더 잘 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스웩탐구보고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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