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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독립출판을? – 시작(4) : 고민하되 힘을 좀 빼자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23. 00:22
금호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프루스트의 서재'에 입고된 내 책과 다른 책들, 그리고 고양이... 지금까지 내 글을 읽은 독자 분이라면 너무 심각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법도 하다. 글 쓸 때 고민도 좋지만 너무 왜? 왜? 왜?... 스스로를 쪼으며…! 예술가적 자아에 심취해 처절한 비탄에 빠져 스스로를 해체라도 해야 하냐는 거다. 고작 자기 책 하나 소소히 내는 건데. 맞다. 솔직히 맞다. 이건 내 생각뿐이 아니다. 튜터님도 이 말을 수 차례 강조하셨다.
“너무 힘을 주시면 힘들어져요. 특히, 첫 책일수록 힘을 빼고 작업하실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첫 책만 내고 말 게 아니잖아요? 꾸준히 작업물을 만드는 게 좋죠. 첫 책에 너무 힘을 들이면 그다음 책을 내기 어려워요. 지치니까요.”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나다. 첫 책에 시간을 너무 오래 들였다. 사실 힘을 너무 많이 들였다기보단 시간을 너무 오래 썼다. 게으름 탓이다. 그리고 살짝궁 핑계를 대자면, 나름 기승전결 있는 ‘보고서’ 형태의 분석이 담긴 에세이 겸 인터뷰집을 만들려다 보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그래서 지금 또 알게 되었다. 내가 힘을 더 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을. 그냥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쓰듯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이니까 기승전결이 갖춰진 게 훨씬 좋지만)
‘우리가 첫 책만 내고 말 게 아니잖아요?’ 이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구절이다. 일단 이 워크숍에 모인 사람들은 그래도 일단은, 일단은… 책을 내야 한다. 낼 것이다. 낼 사람들이라는 숙명적 예감이 담겨있다. 덧붙여 두 번째 책도 낼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일단 자발적으로 돈 내고 책 만드는 수업에 오늘처럼 한데 모이지 않았는가. 첫 책이 낯선 서점에 입고되고 모르는 이에게 팔리는 기쁨을 느끼고.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끄덕임들이 모여 두 번째 책이 탄생하고…
는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다. 보통 수강생의 많은 경우는 책을 내지 않고 내더라도 처음으로 끝난다고 한다. 하긴 이상적인 이야기는 거의 드문 경우이다. 쉬우면 누구나 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책 만드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극대화’에 치중하기 보다는 ‘책 만드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힘을 빼는 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인식의 차원에서는 크게 다른 문제니까.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스웩탐구보고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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