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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굳이 독립출판을? – 시작(1) : 너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독립출판 이야기 2020. 5. 17. 22:27

         서교동 '북티크'에 입고된 나의 책들과 다른 책들


     

    이제 나의 개인적인부분에 치중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워크숍(수업)은 어떻게 들었으며,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를. (사실 큰 우여곡절이라고 할 만한 게 없지만)


     

    너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친구의 이 사소한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지난 글에서 인셉션이라고 표현했듯이 한 번 마음에 박히면 끝이다. 이미 마음은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저 말이 귀에서 울리는 것이었다. ‘나도 한 번…?’ ‘나도 한 번 해볼까?’



    잠깐 잊고 있다가 친구의 책을 사서 손에 쥐어 보니 저 말이 더 와 닿는 것이다. 역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 말이 틀린 게 없다. 독립출판의 세계도 진작 알았고 책도 몇 개는 읽어봤지만 그때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던 것이 이제는 내 가슴을 때리고 있다. “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너도 해봐! 너도 원하고 있던 거잖아!”



    꼭 이렇게 말하니 미국식 자기 계발서(?) 같아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그랬다. 친구의 첫 책. 물론 그의 첫 작업물은 기성 출판물과 비교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비교가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그것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예전 포스팅에서 밝힌 바 있다. 작가가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사(敍事)를 책임지는 만큼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가치와 깨달음은 무엇보다 소중한 법이다. (특히 이런 경험을 한 번도 안 해본 경우라면 더욱) 그걸 감안하지 않고 네 책, 기성출판물에 비해 좀 그런데 살아남을 수 있겠냐?”라고 쉽게 훈수 두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일 수 있다. (기성출판물과 경쟁하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사실 본인 책의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는 작가 자신이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출판과 기성출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기성출판이나 독립출판이나 '독자'라는 같은 수요를 공유하는 만큼, 이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기성출판에 떨어지지 않는 외적 퀄리티를 갖춘 생동감 있는 독립출판물 혹은 독립출판물의 통통대는 개성을 잘 녹인 노련한 기성출판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키만 큰 것보다는 잘 생기고 키도 커야한다는 이야기와 같다...ㅎㅎ) 나도 책을 거듭하면서 계속 퀄리티를 올려야 할 것이고.



    어쨌든 친구가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글을 쓰고 독립출판 수업을 들어 빠르게 책을 낸 것에 감탄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질투도 났다. 인간 마음은 참 간사하다. 난 글 한 줄 쓴 것도 없는데 열심히 노력해 완성품을 만든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끼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간사한 마음들이 내게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너도 그럼 하면 되잖아? 뭐가 됐든, 일단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수업부터 들어! 그럼 뭐라도 쓸 거 아냐? 그런 다음 생각해 봐!”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독립서점 인스타를 보는데 독립출판 워크숍, 처음으로 책 펴내기 수업을 시작한다길래 황급히 날짜를 확인하니 오호라! 바로 퇴사 당일이다. 비록 독립출판을 퇴사 후 인생의 대안이자 새로운 밥벌이로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당장 그렇게 되기가 어려우니까) 평소 벼르고 있었던 것의 시작점이 퇴사 당일이란 게, 약간 과장 좀 섞자면 운명의 Destiny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냉큼 등록했고 사무실에서 빠이빠이하고 룰루랄라 집에 오니 오후 세 시, 수업은 저녁 일곱 시였다. 불과 몇 시간 뒤에 나는 전혀 다른 신분의 사람이 되는 셈이다. 이거 뭐 전역일의 군인도 아니고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들으러 가게 되었다.

     


    자세한 워크숍 스토리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스웩탐구보고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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